시만 먹는 바보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가 임영봉

배재용 기자 | 기사입력 2020/08/28 [11:51]

시만 먹는 바보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가 임영봉

배재용 기자 | 입력 : 2020/08/28 [11:51]

  © 청솔뉴스 PINENEWS    

임영봉(林永奉)시인은 한국문인협회 금산지부장으로 1959년 충청남도 금산군 금산읍 중도리 496번지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농부의 아들로 성장했다. 15세에 김동명의 ""을 읽고 문학에 눈을 뜨고 그 이후로 밥 먹을 때나 물을 마실 때나 '문학하는 길'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1979년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입학하여 문학의 범주를 넓혔고, 1980년 시림문학(현 좌도시) 창립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199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갯바위섬 등대"로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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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바위섬 등대

                                                             임영봉 

 

白年묵은문어가밤마다사람으로변신하여그고을하나착한

처녀를 꼬셨드란다온갖날多島海해떨어지는저녁마다진주를물

어다주고진주를물어다주고장인장모몰래서방노릇석달열흘진

주알이서말하고한되

 

처녀는달밤이좋아라달밤을기달리고그러던무서워라냉수

사발을떨어뜨려깨어진날먹구름이끼고달지는어둠새끼손가락약

속은무너지고사랑이보이지않는칠흑같은어둠속아주까리불심

지는뱀처럼흔들거려타는구나

 

이승에서의信標거울은몸안에돋는가시만보이다갈라지고모

든주문들의효력도별처럼흘러가고돌아오지않는사람을몸달아

흘리는신음으로손에땀적시며빗장풀어놓고동백기름먹인알

몸뚱이꼬며全身으로기다리는구나

 

돌연빗살에엄지손톱만한구멍이뚫리고새가슴으로놀라는

어머니한숨줄기눈물줄기앞서거니뒤서거니줄을잇고아이고폭

폭해서나는못살겠네보름달대신배가불러오는理由끝끝내는쫓

겨났드란다

 

그날以後로빛나는눈빛을생각하며바다를바라보며하루이틀

사흘헤어보는손가락접고진주알진주알문고리휘어지는 아히를

낳았고아히가자라면서바라보이는바다는부활이다부활이다

 

깊고넓은바다어둠파도따라하얀치마말기적시며죽음속으로

떠난어메의유언을만나면턱고이는아히는오늘도등댓불을밝히

기위해섬을올라가는구나

 

깊은바다홀로외눈뜨신이여어메데불고길잘돌아오시라

 

불을밝힌다불을밝힌다

 

당시 중앙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인 오세영 시인과 김종해 시인의 심사평이다. “갯바위섬 등대는 무속적 테마를 시적으로 형상화시키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충분히 개성적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임영봉씨의 시에는 긴장된 정서적 갈등이나 지적인 이미지의 반짝거림 같은 것은 없지만 그에게는 심원한 상상력의 깊이와 언어를 다루는 남다른 감수성이 있다. 노력하면 앞으로 좋은 시를 쓸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하여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 청솔뉴스 PINENEWS

1998년 한국문인협회 금산지부 초대회장 피선되어 금산문학제 운영위원장, 임희재문학제 운영위원장, 금강문학상운영위원을 역임했고 2001년 한국문인협회 금산지부 제 2대 회장 피선되어 2002년 금강축제 주관하기도 했다. 2018년에 다시 한국문인협회 금산지부장으로 피선 되어 활동 중이다.   그의 시 몇 수를 감상해 보자. 

  

 < 가을 물소리를 듣다 > 

임영봉 

 

물 수면이 차가운 것을 듣다

무논에서 낫질을 하면서

무엇을 베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작은 공간을 만들어 간다

새로운 공간은 아니다

 

채워져 있는 것을 비워 새롭다니

비어 있는 것을 채워 새롭다니

, 나는 아직도 젊구나

 

꼬리 잘린 뱀을 보았느니

가을 머리가 매우 깊다

우리가 서리서리 끈으로 묶이는 계절이다

정녕 늙었거니 돌 속에 끈을 묶고

세월을 당겨보노니

 

 

< 침묵에 대하여 >

 

임영봉 

 

말이 무슨 소용인가

스스로 마음속을 간종거려

행하면 그 뿐

모든 뜻은 말없음으로부터

눈에 보이게 옮겨 놓는 것

자연이 그러하고

사람이 그러해야 마땅하거늘

하늘 아래 땅 위에서

좋아보이는 것이 있거든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남에게 안 보이게 펼치리

물은 오직 갈앉아 있을 때

제 힘을 간직하듯이

침묵으로 말을 가둘 때

살아있는 저 저 보이지 않는 힘

 

< 사랑抄 >

임영봉

 

산다는 일은 곱게 저무는 일

고운 섬 파도 소리를 따라

꼬옥 손잡고 걸으면

바닷가의 돌들이 둥글어지는 것은

파도에 씻겨서가 아니라

밤마다 만나는 서로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토닥거리면서

아낀 까닭인 것을

사람들은 모르리라

 

임영봉은 물과 같은 사람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도 그 공을 다투지 않듯이 남과 다투거나 경쟁하는 것을 싫어한다. 싸우는 일이 더는 싫어서 / 산에 올랐더니 / 나의 눈빛 병 깊었는가 / 어깨를 건너는 산새 울음소리도 /시시비비 시시비비 / 솔숲에 떨어지고. ‘시시비비란 그의 시에는 이러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임영봉 시인은 문단의 시시비비를 떠나서 지금도 겸손하게 좋아하는 문학의 외연을 넓히는데 노력하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쓰는 밥 한 그릇이라는 시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는 그는 시만 먹는 바보다. 그가 쓴 많은 시들이 하루 빨리 세상에 드러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기를 기대한다. 

 

< 밥 한 그릇 >  

임영봉

 

밥 한 그릇 먹으면

세상에 나아가 일하는 게 옳다

세상사 숱한 일들 중에서

가장 반듯한 일은 땀 흘리는 일이다

밥 한 그릇 허리에 차는 일이다

무겁지 않게

넘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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